국제 금 거래, 그 숨은 구조를 살펴보다
지난 주, 미국 관세청이 스위스산 골드바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금 시장이 단숨에 출렁였습니다. 뉴욕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534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죠.
8월 8일 금 선물가격 (미국의 관세 부과 뉴스 직후)
미국과 스위스 간 무역분쟁은 이어져 왔지만, 그동안 스위스산 금에는 관세가 면제돼 왔고 시장 역시 큰 변화를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급작스러운 관세 소식에 글로벌 금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백악관이 곧바로 “스위스산 골드바 관세 부과는 오해”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은 국제 금 거래가 언제든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가 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런던–스위스–뉴욕을 잇는 글로벌 실물 금 거래의 숨은 구조를 들여다봅니다.
대서양 ‘골드 러시’
실물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올해 상반기, 스위스 남부 멘드리시오(Mendrisio)에 위치한 아르고-헤라우스(Argor-Heraeus) 정제소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400온스(약 12.5kg) 중량의 런던 표준 금괴가 용광로에서 녹아내린 뒤, 스마트폰 크기의 1kg 바 형태로 다시 주조되는 과정이 쉼 없이 이어진 것입니다.
스위스 정제소 '아르거 헤라우스 (Argor-Heraeus)' 작업장
배경에는 연초부터 시장이 주시해 온 ‘미국 금 수입 관세’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관세 부과 소식이 공식 보도된 것은 8월 8일이지만, 이미 연초부터 ‘혹시나’ 하는 우려만으로도 런던과 뉴욕 금 선물 가격이 벌어졌습니다. 가격차가 확대되자 차익거래(arbitrage) 기회가 열렸고, 전 세계 트레이더들이 런던의 실물 금을 뉴욕으로 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불과 3개월 만에 610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의 금이 대서양을 건너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동했으며, 뉴욕의 금 재고량은 팬데믹 시기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뉴욕 COMEX 금 보유량 (올해 상반기에 최고치 도달)
스위스를 거쳐야 하는 이유
대서양 골드러쉬를 불러온 근본적 문제는 런던과 뉴욕이 사용하는 금괴 규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실물 금 거래 중심지인 런던(LBMA: 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에서는 400트로이온스(약 12.5kg) 금괴를, 금 관련 금융/파생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뉴욕(COMEX: Commodity Exchange)에서는 1kg 골드바를 표준으로 씁니다. 런던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금괴는 스위스 정제소를 거쳐 재가공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런던 표준 골드바 (약 12.5kg, 벽돌 크기)
뉴욕 표준 골드바 (1kg, 스마트폰 크기)
순도 99.99%의 순금이므로 화학적 정제는 필요 없지만, 주조·절단·무게 조정·냉각·스탬핑·연마 등 물리적 재가공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대규모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스위스는 사실상 유일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런던-스위스-뉴욕 대서양 '삼각무역'
런던 지하 금고의 병목 현상
뉴욕으로부터 대규모의 인출 주문이 들어오면 런던 중심부 영란은행(BoE) 지하 금고에서 작업이 시작됩니다. 숙련 인력이 하루 종일 12.5kg 금괴를 옮기고, 주문에 맞는 금괴를 찾기 위해 다른 금괴를 재배치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런던의 점토층 지반 탓에 금괴를 높게 쌓을 수 없어 보관 효율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골드바 저장소
이러한 구조적 제약은 단기간 수요 급증 시 심각한 병목을 유발합니다. 미국의 금괴 수요가 급등하던 올해 1월, 영란은행의 금 인출 대기 기간은 4주를 넘어섰고, 단기 금 임대료(lease fee)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골드바를 임대해 가공하는 정제소와 주얼리 업체들에게는 운전자금 부담이 급증해 사업 수익성을 하락시키는 리스크로 작용했습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정제업체 '아르고-헤라우스'의 로빈 콜벤바흐 공동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런던/뉴욕간 수급 병목은 금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블랙스완 이벤트이다.”
규격 통일이 어려운 이유
2020년 팬데믹 당시, 뉴욕 COMEX는 400온스 바를 선물 거래에 도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런던과 뉴욕 모두 규격 통일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굳어진 시스템과 업계 이해관계로 변화는 지연되고 있습니다. 정제소, 운송업체, 트레이더 모두 이 ‘규격 차이’에서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정제소에서의 금 정제 작업 모습
하반기 들어 런던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물량은 줄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정책 리스크가 부각되면 국제 금 거래와 가격 흐름은 언제든 반전될 수 있습니다. 국제 금 흐름은 지정학·정책 변화에 민감하며, 물류·규격·보관비용·리스율 같은 비가격 요인이 시세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번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국내 금 가격은 단순히 국내 수급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압박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따라서 금 투자자는 국제 시세, 환율, 런던–뉴욕 거래 패턴, 국내외 프리미엄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습니다.
런던골드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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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투자자문이 아닌 정보제공 및 마케팅 목적으로 작성되있습니다. 상기 내용은 주로 'The Financial Times'를 참고/인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